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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 스캔 입문: 책을 되돌릴 수 없게 분해해 스캔하는 방식
영국과 아일랜드의 중고 서점에 정체가 뚜렷하지 않은 대량 주문이 몰리면서 '파괴 스캔'이라는 말이 뉴스에 등장했다. 이 강좌는 처음 배우는 독자를 위해 그 말의 뜻과 확인된 진행 과정, 그리고 어디까지가 확인된 사실인지를 정리한다.
한 문장으로 이해하기
파괴 스캔(destructive scanning)은 책을 원래 형태로 되돌릴 수 없게 만든 상태에서 페이지 내용을 디지털 파일로 옮기는 작업이다. 여기서 ‘디지털화’란 종이에 인쇄된 내용을 컴퓨터가 다룰 수 있는 파일로 바꾸는 일을 말한다. 이 강좌를 마치면 세 가지를 할 수 있다. 첫째, 파괴 스캔의 뜻을 자기 말로 설명한다. 둘째, 출처로 확인된 파괴 스캔의 처리 순서를 차례대로 말한다. 셋째, 이 방식의 물리적 한계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구분한다. 사전지식은 방금 설명한 ‘디지털화’의 뜻과, 인공지능(AI) 챗봇이 많은 데이터로 학습된다는 사실 정도면 충분하다.
왜 필요한가
이 말이 최근 주목받은 배경에는 AI 학습용 자료에 대한 수요가 있다. 대형 언어 모델(LLM, 많은 양의 글로 훈련된 언어 처리 모델)은 챗봇 같은 생성형 AI를 떠받치는데, 훈련에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구하기 어려운 중고책이 새로운 자료의 후보로 거론됐다.
또 하나의 배경은 법원 문서다. 앤트로픽과 관련된 문서에는 오래된 책을 모으는 계획이 사내에서 ‘프로젝트 파나마’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책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스캔해 모든 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적혀 있었다. 이렇게 해서 파괴 스캔이라는 낯선 말이 일반 독자에게까지 알려졌다.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출처로 확인되는 처리 순서는 다음 네 단계다.
- 책을 산업적 규모로 디지털화할 수 있는 장소로 보낸다.
- 책등을 잘라 낸다. 책을 묶고 있던 부분이 사라지면서, 이 시점부터 그 책은 원래 형태로 돌아갈 수 없다.
- 페이지 내용을 빠르게 스캔한다. 결과물은 디지털 파일로 남는다.
- 스캔이 끝난 종이는 재활용으로 보낸다.
가디언은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인용해 앤트로픽이 책을 사서 책등을 자르고 내용을 스캔한 뒤 재활용 처리했다고 전했다. 한편 서점가에서 문제가 된 대량 주문이 Biblio와 AbeBooks 같은 책 거래 플랫폼을 통해 이뤄졌다는 보도가 있으나, 이 주문 경로가 위 네 단계로 이어졌다는 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즉 주문 경로는 절차의 일부가 아니라 별도의 정황이다.
하나의 예시로 따라가기
아래는 위 네 단계를 이해하기 위해 만든 가상 예시다. 실제 기업이나 서점의 사례가 아니다.
어떤 회사가 창고에 쌓인 옛 책을 디지털로 옮기기로 했다고 하자. 책이 어디서 왔는지는 이 예시에서 정하지 않는다. 확인된 절차는 구입 경로가 아니라 그다음부터이기 때문이다. 책은 대량 처리가 가능한 작업장으로 모인다(1단계). 작업장에서는 책등을 잘라 페이지를 낱장으로 만든다(2단계). 이 순간 그 책은 다시 묶어도 원래의 물건이 아니다. 이어서 페이지 내용을 빠르게 스캔해 파일로 저장하고(3단계), 남은 종이는 재활용으로 보낸다(4단계).
이 가상 예시에서 확인할 점은 결과가 둘로 갈린다는 사실이다. 얻은 것은 페이지 내용을 옮긴 디지털 파일이고, 잃은 것은 그 책 한 권이라는 물건 자체다. 파괴 스캔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 두 결과를 함께 본다는 뜻이다.
실제 보도에서는 이와 별개로 서점 쪽 상황이 전해졌다. 영국 바터 북스의 스튜어트 맨리는 평소 한 주에 2천~3천 권을 팔았는데, 캐나다 회사에서 들어온 대량 주문 한 건이 그 일주일 판매량과 맞먹었다고 말했다. 주문 구성도 평소처럼 주제별로 묶이지 않고 여러 분야가 뒤섞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맨리는 자신이 판 책이 특정 AI 프로젝트에 쓰이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언제 쓰고 언제 쓰지 않는가
판단 기준을 하나로 정리한 규칙은 보도에 나오지 않는다. 대신 서점주들의 의견이 전해졌다. 서점주 데릭 워커는 비교적 흔한 책 한 권이 없어지는 손실과, 유일하게 남은 것으로 알려진 오래된 판본이 없어지는 손실은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확정된 적용 조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가치 판단이다.
목적을 둘러싼 의문도 있다. 가디언은 문제의 주문에 온라인에서 무료로 구할 수 있는 책까지 포함돼 있어, 이 주문이 AI 훈련용이라는 추정에 의문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앤트로픽은 자사의 데이터 확보 프로그램이 희귀본이나 고서를 사서 파괴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계는 두 종류로 나눠 봐야 한다. 첫째는 방식 자체의 물리적 한계다. 책등을 자르고 남은 종이를 재활용으로 보내면 그 책은 되돌릴 수 없다. 둘째는 증거상의 한계다. 서점에 들어온 대량 주문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는 서점주들도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대량 주문을 곧 파괴 스캔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법적 판단도 나라마다 다르게 제시됐다. 2025년 미국 법원은 앤트로픽을 상대로 한 해당 소송에서, 구입한 책을 AI 훈련에 사용한 행위를 미국 저작권법 위반으로 보지 않았다. 반면 옥스퍼드대 지식재산권 전문가 에밀리 허드슨은 영국에서는 훈련 자료를 만들고 훈련하는 과정의 복제 행위에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정리와 확인문제
파괴 스캔은 되돌릴 수 없는 처리를 대가로 내용을 파일로 남기는 방식이다. 그래서 무엇을 얻는지와 무엇을 되돌릴 수 없는지를 같이 따져야 한다.
확인문제 1) 파괴 스캔에서 책에 가해지는 물리적 처리와, 그 처리가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확인문제 2) 서점에 들어온 대량 주문을 파괴 스캔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확인문제 3) 입력 기사에서 미국 법원의 판단과 영국 전문가의 설명이 다르게 제시된 까닭은 무엇인가?
정답과 해설
정답 1) 책등을 잘라 내는 처리다. 책을 묶고 있던 부분이 제거되고 스캔이 끝난 종이는 재활용으로 보내지므로, 그 책은 원래 형태로 돌아갈 수 없다.
정답 2) 서점주들이 주문의 최종 목적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맨리도 자신이 판 책이 특정 AI 프로젝트에 쓰이는지 모른다고 밝혔고, 주제가 뒤섞인 주문 구성은 정황일 뿐이다.
정답 3) 두 설명이 서로 다른 나라의 저작권 제도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미국 쪽은 앤트로픽을 상대로 한 특정 소송에서 나온 판단이고, 영국 쪽은 훈련용 복제에 저작권자 허락이 필요하다는 법적 출발점에 대한 전문가의 설명이다.